| 제목 :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다
글쓴이 : 김경미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의 허상
지난 2월 여수 외국인 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는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한 고민을 우리사회에 제기했다. 참사의 비극성을 가중시킨 이주노동자들과 관련한 정책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다시금 이와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과거 몇 전 만 하더라도 거리에서 쉽게 이주 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추방 정책이 실시되자 어느 순간 이주노동자들은 거리에서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너무나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았다. 이유는 좀 더 값싼 노동력을 유입하기 위해서 기존 노동자는 내쫓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노동력을 유입하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대부분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35%에 다가 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무조건적인 단속이 아닌 외국인 인력정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이주 노동자들을 단순한 수혜자의 수준으로 바라보는 복지지원에 머물고 있어 문제이다.
이주노동자, 여전히 수혜자로만 만드는 정부정책
정부는 크게 외국인 정책과 외국인 인력 정책, 두 축으로 지원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외국인 인력 관련 지원은 노동부와 각 지역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8개 정도의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를 추진 할 계획이고 현재 경기도에는 수원, 안산 등 3개 시에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가 건립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는 설립이유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밝히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가족들이 한국사회에 조기적응 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과 출산비용지원, 무료진료 등 각종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체불 등 고충상담과 함께 취업이나 생활정보까지 지자체에서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 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의 센터는 이주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는 아무런 대안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게는 출국상담의 혜택?
센터의 활동계획을 그대로 옮기자면 '합법적인 체류와 취업 자격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출국지원 상담도 해준다.'는 것이다.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라고 명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불법체류의 구조적인 문제제기는 없다. 결국은 출국 상담과 지원을 통해 추방만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렇듯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들은 겉으로 보이기에는 화려하게 포장되어있지만 성과중심적인 정책으로 실질적인 알맹이를 채우려면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설립과정에서의 관 중심적인 비민주성도 문제이다. 대부분의 센터 설립은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서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인 운영은 민간단체들이 하고 있지만 운영에 대한 결정권이나 정책의 방향은 관 중심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실례로 수원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설립과정에서 수원시가 보여 왔던 태도는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수원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왜 난데없는 교회가 위탁을 받았나
공장이 많은 지역적 환경으로인해 수원지역에 급증한 이주노동자를 위해 2000년에 수원외국인 노동자 쉼터(이하 외노쉼터)가 설립되었다. 외노쉼터는 개소전부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작년, 수원시의 제안에 의해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설립관련 논의가 진행되었다.
수원시는 외노쉼터의 이주노동자 활동에 대한 역사와 경험을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센터 설립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기존 외노쉼터 운영위에는 수원시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위탁 결정과정 막바지에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간 이주노동자에 대한 활동이나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한 교회가 센터 사업을 가져가게 된 것이다.
결정의 주요 배경은 센터 운영시 자부담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고 하지만, 그 교회는 수원 시장이 다니는 교회였고 지역에서 정치를 하려면 그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지역에서 인지도 있는 교회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사업자 위탁 결정 과정의 뒷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수원시 외국인 근로자복지센터 설립과정에서 수원시가 보여준 모습은 신뢰나 공정성을 얻기 힘든 것이었고 이 것이 향후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에도 진정성있는 기관이 될 것인가 하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부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라며
현시점의 외국인근로자복지센터 추진사업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은 결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기반한, 당사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조건을 제시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근로자복지센터들, 수원시의 파행보다 더 나을 것도 없어보인다.
정부는 이주노동자 당사자를 위한 정책 수립을 다시금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여수 참사에 대한 진정한 애도의 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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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다산인권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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