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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충청] 상담의 풍경 08.01.25 13:06
서민식 HIT 1752


상담의 풍경


서민식

이번이 두 번째예요. 한국에 온 게.
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럼요.
산업연수생? 그거로 왔다가 삼년 일하고 집에 갔다가 다시 왔어요. 지금은 산업연수생이라고 하지 않던데... 하여간 다시 온지 사 개월 정도 됐어요.

좋아졌죠. 처음 왔을 때는 방도 좁고, 그땐 정말 춥게 지냈는데 지금 있는 회사는 그렇지 않아요.

그건 모르겠어요.
집에서 올 때 이제는 세 번 회사를 옮길 수 있다고 들었거든요. 예. 그땐 안 됐죠. 한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 했으니까요. 지금은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세 번까지 옮길 수 있대요.
그래요? 사장님이 싸인해야 옮길 수 있다구요? 그건 몰랐어요. 그런 말은 안 하던데요. 그러면 내 마음대로 회사를 옮길 수 있는 게 아니고 사장님이 허락해 줘야 옮길 수 있나요?
아~ 예~. 근데 그건 좀 이상하네요.

예. 저도 지금 회사에서 하루에 백 번도 넘게 욕 들어요. 씨
·발놈아 그래요.
아뇨. 뭐. 내 생각에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장님, 사모님은 항상 욕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땐 그게 미스터인줄 알았어요. 부를 때마다 씨
·발놈이라고 해서요.
뜻은 몰라요. 그냥 욕인 건 알아요.
맞는 건 없어요. 때리는 시늉은 하는데 아직 맞지는 않았어요.

내가, 일을 잘 해요. 모르겠어요.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볼 때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는 열심히 해요.
왜 때리겠어요? 잘 하는데.
욕은 몰라요. 사장님이나 사모님이 잘 쓰는 말인가 보죠.

센터에 와서 "Migrants Freedom, Now!"라는 글을 보고 놀랐어요.
저는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입고 싶은 거 입고 지내는데... 감옥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건 그래요. 맞아요. 사장님이 싸인해야 회사를 바꿀 수 있다니 그럴 수도 있네요.
그것도 맞아요. 아무데나 가서 지낼 수 없어요.
그러고 보니 자유롭지 못하긴 하네요.

예. 대학 나왔어요.
마을에선 공부 잘했어요. 우리 마을에서 대학 간 사람이 몇 안 돼요.
결혼은 아직 안 했어요. 돈 많이 벌어서 아빠, 엄마가 잘 살아야 해요. 결혼은 아빠, 엄마가 정한 여자랑 해요.
사진이 와요. 얼굴도 보긴 하지만 아빠, 엄마가 좋다고 하면 그냥 결혼해요.
아니에요. 생각 없어요. 삼년 지나서 집에 가서 결혼할 생각이에요.

불법 있어요. 합법이 두 명, 불법이 두 명. 월급은 같아요. 일도 같아요.
그래도 합법이 좋아요. 불법은 겁나잖아요. 잡혀갈 수도 있고.
요즘엔 일자리가 없어요. 불법은 일자리 구하는 것도 어려워요. 합법은 그렇지 않아요. 일자리 구하기 쉬워요.

집에서 올 때 돈을 많이 주고 와요. 그래서 삼년 일하고 그냥 집에 가면 안 돼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렇죠. 돈을 더 벌어야죠.
나는 돈 안 주고 왔어요. 그래서 삼년 일하면 돼요.
돈 주고 오는 친구들이 더 많아요.

전화 많이 해요. 엄마한테.
옛날엔 보고 싶다는 말 많이 했는데 이젠 안 해요. 엄마가 힘들대요. 그래서 그냥 잘 있다고만 해요.

내가 일하면서 싫잖아요. 그럼 다른 회사 갔으면 좋겠어요.
욕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말해도 되는데 꼭 욕을 해요.
옛날에 왔을 때는 맞았어요.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지금은 안 맞아요. 그래도 욕하는 거 싫어요.

얘기하다 보니까 정말 자유가 없네요.
내가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야 하고, 사장님, 사모님이 욕해도 참아야 하고, 사장님이 정해준 집에서 지내야 하고 그러네요.

그건 모르겠어요. 예. 겁나요.
노동조합 같은 건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런 말 나중에 해요. 나 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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