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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표적체포·강제추방·법개악까지… 냉담한 사회 '슬픈 자화상' 07.12.21 15:48
이주연대 HIT 1652


표적체포·강제추방·법개악까지…냉담한 사회 '슬픈 자화상'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처우 악화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주노조 중부지부장 나렌드라(가운데)씨 등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협의회(KNCC)에서 이주노조 집행부 표적단속을 규탄하고 이주노동자 운동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지난 주말인 12월15~16일, 소말리아 사람 400여 명을 실은 두 척의 배가 예멘 땅에 도착하기 전에 침몰했다. 자본 축적기인 16~19세기 그들의 선조들이 노예로 잡혀 울부짖으며 떠나야했던 땅을 오늘 그 후예들은 죽고 살기로 떠나려고 한다. 억지로 끌려갔던 과거에 비해 자발적으로 떠나게 되었으니 그만큼 역사는 진보한 셈인가. 오랜 착취로 발전의 토대를 잃고 미국식 소비문화가 전일적으로 지배하면서 나타난 모습인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 이하의 조건으로 자본의 착취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배에 탔던 사람 중 2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익사하거나 실종됐다고 '난민을 위한 유엔고등판무관'은 밝혔다. 그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이 뉴스는 단신으로도 취급되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는 대략 에너지 소비량에 비례하고, 소말리아 사람 200명의 가치는 미국 사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연대 '촛불집회'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려

'세계인권선언일'(12월10일)과 '세계이주민의 날'(12월18일)을 사이에 둔 12월13일 새벽, 한국 정부는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의 까지만 위원장, 라쥬 부위원장, 마숨 사무국장을 강제 추방했다.

정부는 11월27일에 세 사람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표적 체포'한 바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낳고 최근 '다문화'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가 바란 대로 이 소식은 대통령 선거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내외 인권노동단체의 항의를 간단히 일축했고, 진정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강제추방을 하지 말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도 무시했다. 그리고 강제추방 집행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피하려고 보호소 철창을 절단해 세 사람을 빼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 국내 시위활동에도 가담했다"고 추방 이유를 들었다. 미등록(불법체류)인 주제에 감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그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해 그 사회 인권 상황의 정확한 증언자가 된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해 그 사회 노동조건을 정확히 알게 해주는 증인이 된다.

경제동물에게서 '이웃에 대한 상상력'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인권의식이나 연대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른바 '경제' 대통령을 찍는다는 투표일인 12월19일 오후, 서울 종로5가의 기독교회관 7층에 있는 '단속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 이주노조 표적 탄압 분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농성장에는 이주노동자와 연대활동가 20여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8월부터 집중된 단속으로 이주노조는 생존 위기에 처했다. 투쟁을 통해 조직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국 사회는 냉담하다. 게다가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마구 '사냥'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농민운동가가 말했듯이 "이 땅은 우리가 우리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니다. 이 땅은 우리 자손에게서 잠시 빌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자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이 땅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는가.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30분에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강제추방을 규탄하고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와 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그 자리에 함께 하려는 것은 나 또한 한 때 이주노동자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인간이며 노동자로서 잠시나마 그들과 함께 있기 위함이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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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 2007-12-20 오후 08:11:09  한겨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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