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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성성지화 가이요원 09.05.14 15:20
이주연대 HIT 3417


제목 : 성성지화 가이요원
글쓴이: 서민식 |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미등록 여성이주노동자가 강제 연행되는 과정에서 얻어맞는 일이 생겼다. 흉기를 휘두르거나 누구 네처럼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저항한 것도 아니었다. 법무부 차 안에서 그냥, 말 그대로 그냥 맞았다.

우연히 그 주변을 지나던 기자가 이 장면을 녹화했고, 바로 내게 전화하여 "이러저러한 일이 생겼으니 동영상을 보고 한 말씀 해 달라"고 했다. 차 안에 앉혀놓고 목울대를 치는 장면을 보니 기가 막혔다. 그렇다고 기자가 들이댄 캠코더 앞에서 욕을 할 수는 없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만 했다.

이런 '사건'이 나처럼 이주노동자 일을 하는 사람에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동영상으로 찍은 일은 흔치 않아 일이 좀 커지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인터뷰가 딸린 그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전화가 정말 많이 왔다.

기자가 처음 전화하여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기에 "때린 사람을 폭행으로 고발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곧바로 다른 기자가 전화하여 "고발은 언제 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기자들끼리는 정보를 나누나?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싶어, 이후 기자가 전화를 하면 보도자료를 보내겠노라고 했다.

이 와중에 다짜고짜 욕하는 전화도 오기 시작했다. 불법체류자를 왜 옹호하느냐? 불법체류자에게 얼마 받고 그런 일 하냐? 불법체류자는 몽둥이로 패도 시원찮다. 불법체류자는 그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운운...

그냥 이렇게 쓰니 그렇지, 이런 말들이 험악한 욕과 함께 쏟아졌다.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대답을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숱한 욕지거리 전화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존댓말을 쓰며 "불법체류자들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전화가 있었다. 나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때린 것이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이는 꽤 점잖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래도 봐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끊었다.

이틀간 쏟아지는 전화를 받으면서, 인권이라는 거... 내 인권을 지키려면 저 사람의 인권이 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저 사람의 인권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했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권도 훼손될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적다면 이 사회가 이렇게 엉망이겠나.

동영상을 보면 법무부 직원들이 미등록 여성이주노동자를 때릴 때 승합차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누가 봐도 상관없다는 듯 그랬다는 말이다.

이 나라 사람들 다수가 정상적인 인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감히 대낮에 차문을 활짝 열어놓고 때릴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사람들 다수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상식에 동의한다면,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아질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사람들 다수가 줄 세우기 교육에 분개한다면, 성추행 교사는 여전히 교단에 서고 체험학습 받아들인 교사가 해직되는 상황이 가능했을까.

그래도... 지치지 말자.

"불씨 한 점이 드넓은 황야를 불태울 수 있다"(星星之火 可以燎原)고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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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24일,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매일노동뉴스엔 '이주노동자가 맞아 죽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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