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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뀌년총각의...] "알로? 안 낌 하?" 베트남에서 온 전화 09.02.18 16:22
이주연대 HIT 4386


"알로? 안 낌 하?" 베트남에서 온 전화


"알로? 안 낌 하?"

오후 8시쯤 단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생소한 번호였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휴대전화를 귀에 갖다 댔더니 베트남어가 들려왔다. 베트남에서 만난 적 있었던 베트남 유력 일간지 <탄니엔>의 꽝 티(Quang Thi) 기자였다.

"낌, 얼마 전에 베트남 신부가 아이 둘 빼앗기고 양육권 신청도 기각 당했다는데 그거 알아요? 의견 좀 말해줄 수 없을까요?"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몹시 갈구하려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며칠 전에 '씨받이 베트남 신부, 양육권 기각'이라는 아주 선정적인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났다. 한번 읽어보긴 했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안타까운 일이군'하면서 혀를 찼던 것 밖에는 없었다.

양육권 빼앗아도 무죄?

자료를 좀 찾아봤다. <한겨레>에서 2월 15일에 쓴 기사가 있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5일 한국 남성과 결혼해 두 딸을 낳은 뒤 버림받은 베트남 출신 투하(26·가명)가 전남편 ㅂ(53)씨를 상대로 낸 양육자 변경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들이 새어머니와 아버지 등과 맺고 있는 현재 관계를 고려할 때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워 청구를 기각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친어머니로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ㅂ씨의 집에서 아이들을 만날 면접교섭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투하는 2003년 8월 이혼남인 ㅂ씨와 결혼한 뒤 2년 동안 딸 둘을 낳았지만 남편은 두 딸을 태어나자마자 전처에게 보내 기르도록 했다. ㅂ씨는 둘째딸이 태어난 뒤 투하와 이혼했고 이혼한 뒤 20여일 만에 전처와 재결합했다. 투하는 2007년 6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2세 출산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했다”며 양육자 변경 심판을 청구했다.


결국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양육권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아이들의 상황을 미루어볼 때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경제력이 없는 투하에게 양육권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굉장히 소극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부 네티즌들은 "만약에 미국 출신 신부였다면 이런 판결이 가능했겠나"하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데 나도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결국 '동남아 + 여성' 이라는 두 가지 차별 기제가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투하를 도운 변호사 모임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가 2008년에 쓴 글은 참고할 만 하다.

법원은 양육권자 변경 청구에 있어서도 아이들이 현재 부모를 친부모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변경 시 야기될 아이들의 혼란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법원의 입장이 관철된다면 베트남 여성은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며, 불법행위 주장 또한 조정이나 합의로 무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우려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이와 같은 법원의 소극적 개입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불감증과 경제적·인종적 우월감은 더욱 조장·확산될 것이며 제2, 제3의 씨받이 피해 여성이 나타날 개연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금 반한감정으로 베트남은 난리"

2008년에는 한국 유학생이 하노이대에 다니는 여학생을 목 졸라 죽이고는 시체를 토막 내어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몇 년 전에는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신부가 남편에게 구타당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베트남 사회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반한감정이 극에 달했다. 베트남에 위치한 한국정부기관에서는 교민들에게 '밤늦게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 '베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하라' 등의 주의를 내리기도 했다.


▲ "씨받이 논란, 베트남 신부에게 양육권 못줘" 라는 제목으로 2월 17일 베트남 유력 일간지 <뚜오이째>에 실린 기사

이번 일도 마찬가지로 베트남 언론에서 신속히 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유력지 <뚜오이째>에서는 이번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베트남 신부에게 양육권을 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그 내용을 소개해보자.

부이 티 빅 번 씨는 "누구도 투하에게서 아이를 데려갈 권리가 없다"면서 "투하는 자신이 낳은 두 딸에게 어머니로서 가르치고 키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 티 투이 씨는 "이 판결은 완전히 공정하게 못하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씨받이'논란이 사실이라면 이 판결은 앞으로 다른 사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뚜오이째>에서는 지난 2007년 <한겨레>에서 투하의 외로운 싸움을 보도하자 그 내용 전문을 번역하여 베트남 사회에 알린 바 있다. 당시 주한 베트남대사관도  한국 외교통상부에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판결이 났으니 베트남 사회의 반한감정이 다시 들고 일어나진 않을지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베트남 신부는 Made In 베트남?"

◀ 베트남 신부 투하

우리가 흔히 길거리에서 보는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세요"라는 현수막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베트남 신부라는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의미이며 돈이라는 조건만 있으면 누구나 베트남 신부와 결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투하의 전남편 ㅂ씨는 "베트남 신부를 데려와서 아이를 낳고 돈만 주면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둔갑된 베트남'産' 신부는 모성애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조차 부정당하는 고난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야말로 베트남 신부 투하를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베트남 사회는 한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적 동반자로 표면상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과거의 상처들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민간인학살 문제, 베트남 이주노동자 문제, 이주여성 문제. 우리가 일본의 악행을 절대로 잊지 못하듯이 베트남도 한국의 더러운 일면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미소가 참 아름답고 순박했던 베트남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그들과의 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등 돌렸을 때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는 베트남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근성은 미국과 프랑스마저 무릎 꿇게 만들었다. 하물며 대한민국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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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03:47  김효성 기자의 블로그, 뀌년총각의 씨클로굴리기에 올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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