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노부부의 눈물 사연 "도와주세요"
대전 유성서 농장일 하다 쓰러져 투병생활 '절망속 애원'
2006-08-15 15:14:23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남편 이씨를 간호하고 있는 김씨. 이들은 15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고향갈 여비조차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됩니다!”
광복 61주년을 맞아 15일 전국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경축행사가 진행됐지만 대전의 한 병원에서는 조선족 노부부가 한민족의 따뜻한 사랑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동포애를 호소하며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찾고 있는 이들은 지난달 뇌수술을 받고 대전시 중구에 소재한 계룡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중국 조선족 동포 이성용(65)씨와 그의 부인 김순남(62)씨 부부.
이씨 부부는 경제난에 허덕이는 자신들의 가정에 조금이나마 금전적인 보탬을 주기 위해 지난 2월 19일, 우리 나라에 첫 발을 디뎠다.
이들이 입국한 뒤 찾아간 곳은 대전의 유성구에 위치한 한 농장. 이곳에서 이씨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을 하면서 한 달에 7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으며 이중 최소한의 생계비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중국으로 보냈다.
이렇게 일을 하던 이씨 부부는 지난 4월 여권 기간이 만료돼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비자를 재발급 받아 6월 27일 다시금 우리 나라에 건너와 또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입국해 일을 하던 이씨에게 갑자기 불행이 찾아왔다. 지난 7월 10일 저녁 7시쯤, 농장에서 일을 하던 이씨가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곧바로 둔산 을지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씨는 을지대학 병원측의 권유로 응급처치만 받고 다음날 새벽 병원비가 저렴하고 뇌수술 분야에서 많이 알려진 계룡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뇌수술을 받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이씨의 투병생활은 그의 부인 김씨의 극진한 간호로 한달여가 지나가면서 병세가 많이 호전돼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왼쪽 뇌수술을 받아서 오른쪽 신체를 쓰지 못하는 반신 불구 신세가 됐고 사람만 알아볼 뿐 움직이질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기계의 힘을 빌어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 부부에게는 이씨의 불편한 몸과 함께 해결할 길이 막막한 크나큰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바로 15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중국으로 돌아갈 여비.
당장 수중에 돈 한푼이 없는 이씨 부부에게 중국가는 비행기 표를 살돈은 물론, 한달여 동안의 투병생활을 통해 사용한 수술비와 진찰비는 언감생심, 해결할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갖게 했던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무료진료사업’도 이씨가 입원해 있는 계룡병원은 광역단체에서 인정한 지정병원이 아닌 관계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계룡병원의 협조로 남편 이씨의 곁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김씨는 하루하루를 고통속에 살고 있다.
“중국에서 집도 없이 어려운 생활 환경속에서 살고 있는데 조금이라고 (집에)보탬이 될까하는 생각에 한국에 들어와 농장에서 일을 해 왔다”며 “하지만 갑자기 일을 하다 쓰러지더니 수술을 받게 됐고 지금은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고 있지만 반신 불구의 신세가 될 것 같다”고 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어 “병원측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치료와 식사를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병원비 뿐 아니라 앞으로 퇴원후 중국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하다”면서 “병원을 비롯해 도와주고 계신 분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씨 부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대전이주노동자연대는 도움의 손길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에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한 뒤 자치단체 및 근로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의 지원 요청과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금 모금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 서민식 대표는 “어느 누구라도 환경이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이라면 병원을 지정하지 말고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게 개방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원 방법이 전무한 상태이므로 이씨 부부에게 한민족의 동포애와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희망을 불어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