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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래서 한국으로 간다] ④ 농사 지어도 한국으로 시집가고파
"가족 위해선…농촌총각도 괜찮아"
"중매시장 일방적 고르기 '충격' 그래도 베트남 사느니 차라리…"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 사진] 린·란·웨이라는 썸로 마을의 아가씨 세명은 모두 나이가 18∼19세에 이르는 어린 처녀들이었다. 한국에 시집을 가도 여기서처럼 농사를 지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처럼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한 삶 속에 있는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 "베트남에서 사느니 한국으로 시집가는 게 낫다"
#. 1997년부터 2005년까지 8년 간 한국에 거주하며 학생 신분으로, 이주 노동자로 한국사회를 경험했던 국(33) 씨는 현재 베트남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과 결혼해 다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비교적 한국상황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국 씨가 한국인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비교적 강해 보였다.
그는 "한국 남자들이 김치 담그기를 강요하고 강압적인 태도를 가진 것은 두렵지만 노력할 것"이라며 "모든 결혼이 마찬가지이듯 부부의 노력이 필요하고 자녀 교육 부분도 걱정되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베트남에서의 삶보다 한국으로 시집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주변에 한국남자들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친구도 많고 내가 한국에서 일하고 온 것을 알아 소개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며 "주변 사람들 중에는 결혼 중개소를 통해 베트남 여자 8명 중 한국 남자 1명이 일방적으로 결혼 상대를 고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호찌민에 거주하고 있고 한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었던 탓이었는지 "농촌에 시집을 가도 괜찮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망설였다.
 [▶ 사진]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팜티쫑 씨의 아버지 팜방통 씨가 딸의 결혼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내 딸도 좀 한국으로 데려가 주오"
#. 호찌민에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썸로 마을. 107가구가 모여 살면서 벼농사와 과일재배를 생업으로 하는 작은 시골 촌락인 이 곳에는 5가구에서 한국으로 시집 갈 정도로 국제 결혼 가정이 흔했다.
지난 2005년 10월 3일 한국으로 시집간 팜티쫑(31·한국명 '박인애') 씨의 집을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는 흡사 일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팜티쫑의 아버지 팜방통(79) 씨 집에 모인 듯, 좁은 집이 북적거렸다.
한창 팜방통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혹시 마을에서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어하는 처녀들이 있냐"는 질문에 한 아주머니가 아직 앳된 소녀의 모습을 한 딸의 손목을 끌고 나섰다.
나이는 18살이고 한국으로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여기 저기서 "여기도 있다! 여기도 있다!"며 여성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린·란·웨이라는 세 명의 여성은 모두 나이가 18∼19세에 이르는, 한국으로 따지면 이제 막 고교 졸업을 한 정도의 어린 처녀들이었다. 수줍게 앞으로 나선 이들을 대신해 마을 사람들이 중매에 나섰다. 한국에서 왔다면 이들을 한국의 총각들과 연결시켜 달라고 말이다.
혹시 떠밀려 나온 것은 아닐까. 누군가 "한국으로 시집가고 싶은가?"라고 본인들 의사를 직접 묻자, "그렇다"고 수줍게 대답했다.
한국에 시집을 가도 여기서처럼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자 "그래도 괜찮다"며 "베트남에서도 늘 일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왜 한국사람과 결혼하고 싶은지를 물으니 이곳 썸로 마을에서 한국으로 시집 간 이들이 풍족하게 잘 산다며 연락을 해 온다는 것이다. 덧붙여 베트남 남성들은 노동을 해서 집을 부양하는 것보다는 술을 먹고 아내를 구타하는 일이 많아 한국에 가면 그런 가정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 사진] 호찌민에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썸로 마을. 107가구가 모여 살면서 벼농사와 과일재배를 생업으로 하는 작은 시골 촌락인 이 곳에는 5가구에서 한국으로 시집 갈 정도로 국제 결혼 가정이 흔했다.
◇ 가난한 가족 먹여살리려 한국행 감수
IOM 호찌민사무소의 앤드류 빌로는 "한국행 국제 결혼은 베트남 중에서도 하루 소득이 1달러에 불과한 경제적으로 많이 낙후한 메콩강 지역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결혼 여성들 대부분의 심리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외국인과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국제결혼과 관련된 한 보도의 신문 헤드라인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표를 사서 말레이시아로 왔다'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메콩강 여성들은 밤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자신이 처하게 되는 상황과 판이한 정보를 TV를 통해서 취하고 있는 셈"이라며 한류로 인해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한국 사회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베트남 이곳 저곳을 이동하면서 현지에서 방영중인 SBS 드라마 <온리 유>를 열혈 시청중인 베트남 여성들을 길거리 상점, 일반 가정, 공항의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한 삶 속에 있는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앤드류 브루스 IOM 베트남 대표부 대표는 "베트남인들에게 '이주'는 개인의 결정일 수도 있지만 '가족'의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낫다"면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족의 경제적 전략으로 보면 되는데, 현재 호찌민이나 하노이 같은 경제발달지구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노동으로 시골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형태가 해외로 확대된 것이라 보면 되고, 국제결혼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베트남 사회 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가족 부양 의무가 아주 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고 낯선 곳에 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이 해외공동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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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02일 (월) 경남도민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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