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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래서 한국으로 간다] ①필리핀의 이주 역사
필리핀 인구 10% '그들에겐 삶이자 꿈이다'
70년대 '오일 머니 열풍' 시발점…국내 경제사정 악화로 국가 나서 적극 장려
외국서 보내는 송금액 '128억달러' 국가경제 지탱하는 버팀목
제도 발달…이젠 사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2006년 경남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경남거주 외국인 노동자는 1만5968명으로 경기·서울·인천에 이어 전국 4위를 차지했다.
도내 시·군별로 살펴보면 시 지역 중 김해시가 3751명(23.5%)으로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거제시 2812명(17.6%), 창원시 2624명(16.4%) 등으로 나타났다. 군 지역 중에는 함안군이 762명(4.8%), 창녕군 327명(2.0%), 고성군 241명(1.5%)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학생들도 크게 늘어 경남도교육청이 파악한 '지난해와 올해 학교급별 국제결혼가정 재학생 자녀 현황'을 보면,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은 전체 59만4255명 중 0.2%에 해당하는 124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734명이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단일 혈통' '한민족'을 부르짖는 것이 미덕이요 자랑이던 시대는 종료되었음을 시사한다.
늘어나는 국제결혼, 고용허가제를 통한 합법적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으로 함께 융화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살아왔던 사회를 이해함으로써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된 사회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이에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내보내는 외국인 노동자가 가장 많으면서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결혼 상대국인 필리핀과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공존의 열쇠를 찾아본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필리핀 해외 고용청 POEA(Philippines Overseas Employment Agency) 앞에는 한낮 기온이 40도로 치솟는 더위에도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필리핀인 수백 명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필리핀은 2006년 한 해만 820여만 명의 정주·단기·불법 이주자를 전 세계 190개국에 보낸 상태다. 인구의 10%가 해외에서 노동을 하며, 해외에 정착해 살고 있거나, 국제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주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선가 살고 있는 나의 가족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들 이주자들이 필리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대단하다. 외국에서 보내오는 송금액이 128억 달러에 이르러 필리핀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 CFO(해외 필리핀 위원회 Commission on Filipinos Overseas)에 해외 이주를 신청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지난 5월 15일은 필리핀 총선이 있던 날이었다. 거리 곳곳은 선거 포스터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었다. 이주자들이 많은 필리핀에서는 해외 이주 정책 또한 그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필리핀 텔레비전에서는 이주노동에 대해 다룬 버라이어티 쇼를 제작해 방송하고 있었고, 시청률 또한 상당히 높다고 한다.
필리핀인들에게 '이주'란 하나의 삶이자 꿈이다.
이들에게 이주는 왜 '꿈'이 되었을까.
◇ 중동에 '오일 머니' 열풍 불면서 이주 본격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필리핀 이주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스칼라브리니 이주 센터'에서는 필리핀이 왜 해외 노동 시장의 주요 공급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몇 가지 명확한 이유를 밝혔다.
필리핀이 이주를 시작한 것은 아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숫자가 이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중동지역에 '오일 머니'의 열풍이 불면서 본격화되었다. 저개발 국가들의 중동지역 노동력 수출이 시작되면서 1970년대 중동지역의 호황 열매를 따기 위해 달려들었던 한국과 인도·파키스탄처럼 필리핀도 중요 노동 수출국 중 하나가 되었다.
[▲ 사진] POEA(필리핀 해외고용청) 내 한국어 교실에는 많은 이들이 몰려 강좌를 듣고 있다.
초기에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목적으로 노동력 수출이 시작되었지만 필리핀의 경제 상황 악화로 실업률이 증가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굳어졌다.
또 초기에는 필리핀도 한국과 이주 노동자를 보내는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동자와 함께 선진 기술이 같이 도입되길 바랐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한국은 중동의 건설 붐과 함께 경제 성장에 성공했지만 필리핀은 노동자를 수출하는 시장으로 머물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필리핀은 노선을 수정, 아예 70년대 후반 노동 시장이 확대되는 시점에 노동력 송출을 확대할 국가를 모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노동력을 하나의 수출품으로 적극 수출하게 된다. 노동력 수출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든 것이다.
전 세계 노동시장에 보내진 어부·간호사·가정부의 20∼25%가 필리핀인들이라고 할 정도로 필리핀은 전세계 노동시장의 주요 노동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외국에서 보내오는 돈이 필리핀 소비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 되자 필리핀 정부는 인적 자원을 개발해서 해외 송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
최근 들어서는 이주를 원하는 필리핀인들이 더욱 늘었다. 그 배경에는 세계화라고 하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필리핀의 내부적 상황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스칼라브리니 이주 연구소 측은 분석했다.
[▲ 사진]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있는 POEA(필리핀 해외 고용청) 앞에는 해외로 취업하고자 하는 필리핀인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수없이 이어지고 있다.
첫째로, 악화된 경제 상황이 이주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인구 증가율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이 정부의 큰 어젠다로 등장했다. 실업률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노동력 해외 송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이주가 제도화되는 과정이 필리핀에서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이다. 필리핀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국민들이 쉽게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POEA(해외이주노동청)나 CFO(해외 필리핀 위원회 Commission on Filipinos Overseas), OWA(해외노동복지청) 등 국가 공식 기구를 통해 해외 노동 송출업체를 주관하고 이주민 교육, 복지 등을 맡아 이주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 1995년에는 필리핀 공화국법 8042조 해외 이주 필리핀 노동자법을 제정해 이중 국적에 대한 법, 해외 부재자 투표 등 사회 제도적으로 이주를 장려하는 정책 방향이 필리핀을 떠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번째, 이주문화의 발전으로 국제 이주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구의 10%가 해외 이주 중이고, 이주를 하기 위해 해외 고용청과 해외 이주 위원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인들에게 이주는 그들 일상의 삶이자 가족과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꿈의 실현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에 연예 비자로 출국해 불법 체류를 하고, 빠듯한 경제 생활을 하면서도 필리핀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테드 아키노(23)의 코리안 드림은 필리핀인들에게 이주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 이 해외공동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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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26일 (화) 경남도민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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