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개선안 차별 논란 경쟁력강화위, 숙식비 포함 추진…노동계·관련단체 반발
이균석 기자 qpm@idomin.com
정부가 이주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최저임금에 숙식비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자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관련단체가 이를 두고 이주 노동자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5일 제7차 회의를 열고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이주 노동자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최저임금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연 1566억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위원회는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현행 최저임금법과 어긋난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는 가족수당·급식수당·주택수당·통근수당 등 노동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이나 식사·기숙사·주택제공, 통근차운행 등 현물이나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지급되는 급여 등 노동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것은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이를 추진한다면 인권단체는 물론 이주 노동자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김형민 실장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국내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를 차별하겠다는 뜻"이라며 "이 방안을 추진하면 이후 퇴직금 산정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정부 방안은 이주 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 협약도 어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0년 12월 18일 유엔 제69차 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구성원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7조에는 "이 조약의 체약국은 인권에 관한 국제합의문서에 따라 영역 내에 있거나 그 관할권 아래에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해 성·인종·피부색·언어·종교·신념을 포함해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고 이 조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고 확보할 의무를 진다"고 적혀 있다.
또 협약 27조는 "사회보장에 대해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취업국에서 적용되는 법률과 이국간 내지 다국간 조약이 규정하는 요건을 충족할 때는 취업국의 국민에게 인정되는 것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한다"고 했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정부가 만일 이 방안을 추진한다면 국제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남지역본부 강성진 조직국장은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처음에는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겠지만 결국 국내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 산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는 최저임금합리화 방안 외에도 이주 노동자 고용절차를 간소화하고 매년 갱신하는 근로계약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5년 안에 불법 체류 외국인을 전체 10% 이내로 줄이겠다고 했다.
-------------------------------------------------- 2008년 09월 26일 (금) 경남도민일보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