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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폭행당한 몽골 여성은 결국 그만뒀다 09.05.11 9:57
이주연대 HIT 1849


이유 없이 폭행당한 몽골 여성은 결국 그만뒀다
여성외국인노동자들 '삼중고'...저임금·장시간 노동·폭력 시달려



윤평호 (뮈토스)

충남 천안시 두정동 노동복지회관 3층에 소재한 천안시외국인근로자센터. 지난달 24일 오후 4시쯤 센터에는 여성외국인노동자 한 명이 찾아왔다. 몽골 국적의 가잉우(가명·여·32)씨. '맞았다', '아프다' 등의 서툰 한국말을 몽골어에 섞어가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센터에서 통역을 맞고 있는 터보 가름한드씨가 전하는 가잉우씨의 사정은 이랬다.

2년 전 한국에 입국한 가잉우씨의 신분은 불법 체류자. 8개월 전부터 천안의 한 모텔에서 청소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한달에 그가 받는 월급은 110만 원. 월급의 대부분은 받자마자 딸과 가족이 있는 몽골에 송금했다. 생활비를 아끼려 모텔의 창고에서 거주했다.

사건은 4월 24일 정오경 발생했다. 같은 모텔에서 일하는 동료 몽골 여성노동자와 청소를 끝낸 뒤 승강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던 한국인 남성 직원이 다짜고짜 친구를 폭행했다.

황급한 마음에 남성 직원을 만류했다. 남성 직원은 가잉우씨의 제지를 뿌리치고 동료에 이어 그에게도 폭행을 가했다. 머리와 한쪽 허리, 다리를 집중해 맞았다. 한국에 오기 전 수술을 했던 신장 부위가 폭행으로 고통스러웠다. 폭행 사건 뒤 억울함을 호소하고 대처법을 상담하고자 가잉우씨의 발길은 지인의 소개로 근로자센터까지 이어진 것.

충남 여성외국인노동자 68.9%, 천안과 아산에 분포


▲ 폭행을 당한 여성외국인근로자가 상담을 위해 방문한 천안시외국인근로자센터의 모습.  ⓒ 윤평호

지난 1일은 세계 노동절. 메이데이의 탄생에서 119년이 흐르며 노동의 여건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한 사회의 복지는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자의 복지로 좌우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노동여건의 척도가 되는 계층은 누구일까. 여성이자 외국인, 그리고 노동자라는 삼중의 정체성을 안고 있는 '여성외국인노동자'가 떠 오른다.

'2008년 거주 외국인실태조사' 결과 충남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2만135명이고 이가운데  여성외국인노동자는 4840명이다. 충남 16개 시군별로는 천안시가 2340명, 아산시가 990명으로 천안-아산 지역에 전체 충남 여성외국인노동자의 68.9%가 분포한다.

이것은 법적으로 등록된 여성 외국인노동자의 숫자. 법무부 등에서 추산하고 있는 미등록자 비율 30%를 감안하면 천안·아산의 여성외국인노동자는 4400여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가을 충남여성발전연구원(여발연)은 천안, 아산에 거주하는 여성외국인노동자 71명의 노동과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여발연 김영주 여성정책팀장인 천안, 아산의 여성외국인노동자 11명을 직접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는 작년 말 <충남 여성외국인노동자의 생활실태 및 지원 정책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로 나왔다. 보고서에는 저임금과 작업장 폭행,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힘들어 하는 여성외국인노동자의 암담한 상황이 가감없이 실렸다.

여성외국인노동자, 장시간 일해도 저임금

"몇 년 전 공장에서 일할 때는 일요일 빼고 6일 동안 12~13시간 하루종일 일하고 60만 원 받았다. 잔업 열심히 해서 수당 받아야 70~90만 원이다. 남자들은 80~90만 원, 여자들은 한 70만 원 정도 받는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보통 일하면 60만 원 정도 된다. 여관이나 모텔에서 일하면 공장보다는 조금 더 받는다. 90~120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공장보다 일이 더 고되다. 하루 15시간 정도 일하고 한달에 2번 정도 밖에 못 쉰다."

2000년 입국해 공장과 모텔을 거쳐 현재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여성외국인노동자 사요라(가명·43·몽골)씨의 증언이다.

사요라씨 말고도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거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여발연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10시간'이 27.1%, '10~12시간'이 25.4%, '12~14시간'이 23.7%로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하루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하는 비율이 30%나 차지했다.

노동시간은 길었지만 임금은 적었다. 조사 대상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액은 '50~100만 원' 미만이 52.9%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100~150만 원 미만'으로 37.3%를 차지했다. 천안, 아산지역 여성외국인노동자의 한달 평균 임금은 약 95만 원이었다.

설문조사에서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직장 생활의 가장 힘든 점으로 33.9%가 '임금이 너무 낮다'고 응답했다. 25.9%는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밝혔다.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일하는 반면 쉬는 날은 적었다. 한달 평균 휴무일은 2일과 5일이 각각 25.9%. 3일 휴무는 16.7%로 조사됐다.

모성보호 부재, 직장 및 일상의 폭력도 고통


▲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이 취약하다. 사진은 여성외국인노동자가 포함된 천안의 외국인노동자 행사장의 모습.  ⓒ 윤평호

일부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체류기간이 길어지며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에게 모성보호를 위한 지원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천안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의 여성외국인노동자 릴리아(가명·31)씨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임신했을 때 (임신) 6개월까지 공장에 다녔다. 6개월 때부터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공장을 그만뒀고. 출산한 다음 한달 쉬고 다시 일했다. 아기 때문에 무작정 쉴 수는 없고. 한국에서는 아이 낳고 3개월은 쉰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직장 및 일상에서 경험하는 폭력, 불안정한 취업 여건도 여성외국인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안긴다.

직장에서의 폭력피해 경험에 대한 조사결과,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비율과 신체적 폭력피해를 입은 경험 비율이 각각 33.8%, 14.1%로 나타났다. 9.4%는 성추행 피해도 겪었다.  4.8%는 성폭력 피해를 응답했다. 직장에서 폭언을 들은 경험은 여성외국인노동자 3명 가운데 1명꼴로 많았다. 여성외국인노동자의 11%는 직장 밖에서도 성추행 혹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003년 입국해 천안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조셀린(가명·39)씨는 "불량 나오면 한국인 사장 중에는 욕하고 막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해고시켜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욕을 먹고 심지어 폭행에 시달려도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기가 어렵다. 실직시 일자리 구하기가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몇 배 이상 힘들기 때문이다.

천안에 거주하는 여성외국인노동자 아이미(가명·33)씨는 "회사에서 사정이 생기면 원치 않아도 그만두어야 하고, 금방 취직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한두 달 쉬게 되고 그런 것이 힘들다"며 "한 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주환경 불안정, 아파도 병원 이용 기피

여발연 설문조사에 응한 여성외국인노동자의 90.9%는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을 하고 있었다. 송금액은 '50만 원 미만'이 47.5%, '50~100만 원 미만'이 44.3%로 나타났다. 월급의 1/2 혹은 2/3을 본국에 송금하는 셈.

송금하고 남은 적은 돈으로 생활해야하는 만큼 여성외국인노동자들은 기숙사를 선호한다. 주거형태 조사결과 '회사 기숙사'가 26.9%로 가장 많았다. 월세와 기타가 각각 20.9%를 차지했다. 회사 기숙사는 보통 회사에서 아파트 한 채를 제공하고 여기에 외국인여성노동자들이 3~4명 같이 거주하는 형태.

모텔의 창고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여성외국인노동자들도 있다. 취약한 주거환경과 장기간 노동은 건강마저 위협한다. 2003년 몽골에서 입국해 아산의 모텔에서 일하고 있는 문크지우(가명·36)씨의 말이다.

"하루에 방 40개를 혼자 다 청소해야 한다. 허리를 계속 굽혔다가 폈다가 하면서 일을 하다보니, 어깨, 팔, 허리 다 아프다. 너무 아프면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찜질방에 가서 풀기도 한다. 병원비가 너무 비싸다. 한 번가면 주사맞고 그러면 7만원 나온다. 정말 못 견딜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는 되도록 안 간다."

불법 체류자인 문크지우씨가 병원에 가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비싼 의료비를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건강이 나빠져도 비싼 의료비에 병원 가기를 주저하는 것은 문크지우씨만이 아니다.

여발연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여성외국인노동자가 의료비가 비싸서 병원이용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여성외국인노동자 10명 중 4명은 의료비 외에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병원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98년 입국한 몽골 국적의 여성외국인노동자 나라(가명·42)씨는 "몸이 아파도 병원비가 너무 비싸 가기가 힘들다"며 "여기서 힘들게 일하다가 병만 얻어 몽골에 돌아가서 1~2년만에 죽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나라씨는 "병원 치료를 좀 더 싸게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저나 가잉우씨는 어떻게 됐을까. 모텔은 그만뒀다. 폭행한 한국인 남성을 경찰에 고소할 생각이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신분과 모텔에 계속 근무하는 다른 여성외국인노동자를 염려해 자신만 떠났다.

"여성외국인노동자 지원책 마련해야"

"외국인노동자 정책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충남지역 여성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최초의 심층적인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의 김영주 여성정책팀장. 김 팀장은 취약한 여성외국인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주거권을 개선하기 위해선 먼저 외국인노동자 정책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 천안시를 비롯해 일선 시군과 충남도의 거주 외국인 지원 정책은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에 편중되어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잠시 체류하면서 돈을 벌고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인식과 함께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와 무관한 사람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그리 필요하지 않은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깔려 있다.

반면 김영주 팀장은 외국인노동자라는 인적 자원과 이들의 문화적 자원이 향후 충남 지역의 경제적·문화적 교류와 활로의 모색에 기여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거주 외국인과 주민이 공생할 수 있는 다문화 사회 환경 조성에 없어서는 안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수준이 곧 친다문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어느 정도 인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도 언급했다.

분야별 여성외국인노동자 지원 정책 방안으로 △여성외국인노동자 전용 쉼터 설치 △외국이노동자 집단숙소 주거환경 개선비 지원 △찾아가는 한국어교실 운영 △응급의료비 지원 △모성보호 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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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10 15:26 ㅣ최종 업데이트 09.05.10 15:53  오마이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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